창 너머의 오래된 도시의 아름다움과 정성스럽게
큐레이션한 예술 작품을 마주하면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내면에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을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장정후
장정후(Jang Jeong-hu, b.1989)는 단단한 금속 캔버스 위에 반복적인 행위와 시간을 새기며, 빛에 따라 변화하는 회화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메탈 캔버스의 표면을 연삭기로 깎아내고 도료를 입히는 과정을 거듭하며 수많은 선과 흔적을 축적한다. 오랜 시간 이어지는 이 반복은 하나의 제작 방식을 넘어, 신체의 움직임과 정신적 몰입이 지속되는 수행의 과정에 가깝다. 금속 표면에 새겨진 미세한 흔적들은 빛을 받아들이고 반사하며 끊임없이 다른 표정을 만들어낸다. 빛의 방향과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화면은 밝아지거나 어두워지고, 때로는 깊은 공간처럼 확장된다. 그의 작품에서 빛은 화면 위에 고정되어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며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금속을 깎아내고 다시 덧입히는 반복적인 행위는 시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표면에 남겨진 하나하나의 흔적은 작가가 지나온 물리적인 시간이자 행위의 기록이다. 수없이 겹쳐진 선들은 서로 만나고 이어지며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단단한 금속 위에 눈에 보이지 않던 시간의 결을 드러낸다. 더 워터하우스에서 펼쳐지는 《Time Engraved : 시간의 결》은 장정후의 작업에 축적된 시간과 빛의 변화에 주목한다. 한옥의 고요한 공간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빛은 금속 표면의 섬세한 흔적과 만나 작품에 새로운 깊이와 표정을 더한다. 단단한 금속과 따뜻한 공간, 그 사이에 머무는 빛이 어우러지며 작품은 관람자의 시선과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시간의 흔적을 품은 금속과 그 위에 머무는 빛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보이지 않던 시간의 결을 마주한다.